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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E 2015

최훈성(강원의대)

2015년 유럽내분비학회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5월 16일 부터 6일간 개최되었다. 생소한 유럽 국가였던 아일랜드는, 사실 오랜 카톨릭 전통을 가진 나라로 20만여권에 이르는 카톨릭 관련 고서를 소장한 트리니티 대학 도서관이 있고, ‘더블린 사람들’, ‘율리시스’로 잘 알려진 제임스 조이스나, ‘걸리버 여행기’의 조너선 스위프트, ‘고도를 기다리며’의 사뮈엘 베케트 같은 세계적인 작가의 나라이기도 하다. 중세 바이킹의 잦은 침략과, 이후 오랜 기간 동안의 영국의 지배를 받아 오면서도, 아일랜드의 민족적 독립성을 잘 지켜오다가 1937년에 드디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루어 낸 역사가 있다. 1800년대 ‘감자 대기근’으로 알려진 극심한 흉년으로 인해 수많은 아일랜드 국민들이 죽거나 해외로 이주했던 고통의 역사는, 더블린을 가로지르는 리피강의 강변에이를 형상화 한 조형물로 남아 있다. 수도 더블린은 바다로 부터 내륙 깊숙이까지 강이 이어져 있는 도시로, 트리니티 대학, 여러 국립박물관들, 유명한 펍이 늘어서 있는 템플바 거리, 기네스 공장 등 볼 거리가 많은 도시이다.

유럽내분비학회를 올 때마다 느끼는 점은, 다양한 주제와 분야의 발표나 강연들이 골고루 열린다는 것인데, 이번 학회에서는 첫날 빅데이터와 관련된 Plenary lecture가 인상깊었다. “Omics and ‘Big Data’ - how to bring light into darkness by bioinformatics”라는 제목으로 Eytan Domany 교수가 발표한 강연으로, 그동안 막연하게만 들어 왔던 빅데이터를 이용한 의학연구 방법에 대해 조금이나마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강연의 말미에 ‘빅데이터 분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첫번째 단계는 기존 연구들에 대한 고찰’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같은 날 있었던 발표 중 PI3 kinase가 당뇨나 비만과 암 발생간에 기전적인 연결고리가 된다는 내용 역시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그동안 비만 환자에서 암발생 위험이 높다는 역학연구에 대해서는 자주 접해왔음에도, 그 기전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었던 나에게는 전반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Emergent Cushing’s syndrome 이라는 언뜻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주제의 강연도 있었는데, 심한 저칼륨혈증, 감염, 정맥혈전증 등의 임상증상을 보이는 쿠싱 증후군을 일컫는 개념으로, 임상경과의 급격한 악화를 보이는 병의 특성상 쿠싱 증후군에 대한 순차적인 진단 과정을 따라가기 보다는 즉각적인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청중들 역시 이러한 개념이 생소했던지 많은 질문과 답변이 있던 시간이었다. PCOS 역시 기억에 남는 발표였다. PCOS와 metabolic dysfunction 간의 연관성에 대한 기전적인 설명으로, adipose tissue의 fat accumulation이 여성에서 androgen의 testosterone으로의 전환을 증가시킨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PCOS에서 흔히 사용되는 경구피임약은 hirsutism이나 acne 등의 androgen 과잉으로 인한 증상을 호전시킬 수는 있지만, metabolic problem을 호전시킬 수는 없으므로 이를 개선시키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비만한 여성에서는 life-style modification을, 비만하지 않은 여성에서는 metformin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근거로 현재 진행중인 RCT 연구를 제시하였다.

갑상선 분야에서도 흥미로운 발표들이 있었다. 갑상선호르몬 수용체 이상으로 인한 갑상선호르몬 저항성 증후군의 임상적 형태가 기관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갑상선호르몬 수용체 alpha와 beta의 분포가 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갑상선 항진증의 발병 기전에 대한 세션 역시 흥미로운 주제였는데, 혈액 내에서 순환하는 TSH 수용체를 가진 CD34+ fibroblast가 갑상선 안병증이나 갑상선 항진증에 취약한 환경을 만들며, 이를 조절하는 AIRE (autoimmune regulator)가 존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셀레늄의 효과에 대한 실험적, 역학적인 연구 결과들이 언급되었다. 갑상선 안병증에 대한 세션에서는 안병증의 중증도에 따른 내과적 안과적 치료전략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평소 갑상선 안병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드물지 않게 접하지만, 치료전략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접근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갑상선 안병증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의 중요성을 세삼 느끼게 되었다.

이번 학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Genetic and Ontogenetic dissection of the central neuroendocrine stress response”라는 제목으로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Alon Chen 교수가 발표한 연구 방법론이었다. 특정 유전자를 원하는 시점에 발현시키 위한 방법으로, 항생제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target gene의 promoter에 심는 방법이 있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특정 시점에 특정 위치의 세포들에서 target gene의 발현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 강연에서는 특정 뇌 부위의 세포에서 원하는 시점에 특정 유전자를 발현시키 위해, 특정한 파장에 발현이 활성화 되고, 또 다른 특정 파장에 비활성화되는 유전자를 target gene의 promoter로 심은 마우스 모델을 만든 후, 해당 뇌 부위에 광섬유를 심은 뒤, 활성화 파장이나 비활성화 파장에 노출시키는 방법을 통해 target gene이 마우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방법이었다. 연구 방법의 정교함은 물론이거니와, 연구자들의 상상력에 감탄했던 발표였다.

다양한 연구자들이 다양한 방면의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그 성과들을 서로 활발하게 토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유럽내분비학회의 매력인 것 같다. 내년 유럽내분비학회는 독일의 뮌헨에서 열린다고 하니, 다음 학회를 기다리며 또 한해 동안 진료와 연구에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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